이번 달은 별로 안 썼다고 생각했는데 카드 결제 예정액을 보고 놀란 적,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계산을 잘못한 게 아닙니다. 카드는 원래 쓴 달과 빠져나가는 달이 다릅니다.
왜 쓴 만큼과 나가는 만큼이 다를까?
카드사마다 다르지만 보통 결제일이 25일이면 그 돈은 지난달 중순부터 이번 달 중순까지 쓴 금액입니다. 즉 이번 달 25일에 빠져나가는 돈의 절반은 지난달에 쓴 돈입니다. 그래서 "이번 달에 아껴 썼는데 왜 이만큼 나가지"라는 상황이 생깁니다. 아껴 쓴 효과는 다음 달 결제일에야 나타납니다. 한 달 늦게 반응하는 저울 위에 올라가 있는 셈입니다.
할부는 왜 더 헷갈릴까?
할부는 시차가 더 깁니다. 3월에 산 물건의 6개월 할부는 9월까지 따라옵니다. 이번 달 결제액 안에는 이번 달에 쓴 돈, 지난달에 쓴 돈, 반년 전에 쓴 돈이 섞여 있습니다. 무이자라 부담이 없다고 느끼지만, 금액이 사라진 건 아니고 앞으로 갚을 돈으로 남아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어떤 숫자를 봐야 할까?
두 가지를 분리해서 보면 간단해집니다. 하나는 "이번 달에 내가 쓴 돈"이고, 다른 하나는 "이번 달에 통장에서 빠져나갈 돈"입니다. 앞의 숫자는 내 소비 습관이고, 뒤의 숫자는 이미 정해진 채무입니다. 결제일에 빠져나가는 돈은 새로 쓰는 게 아니라 빚을 갚는 것이라서, 지출로 또 세면 같은 돈을 두 번 세게 됩니다.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건?
카드 앱에서 두 숫자만 확인해 보세요. 이번 달 결제 예정액, 그리고 아직 결제일이 오지 않은 미결제 누계입니다. 두 번째 숫자가 지금 내가 지고 있는 카드 빚입니다. 이 숫자가 매달 조금씩 늘고 있다면, 소비가 수입을 앞지르기 시작한 신호입니다. 한 달에 한 번만 적어 둬도 방향은 보입니다.
이 구분을 매번 머릿속으로 하는 게 번거로워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벅스플랜은 복식부기 방식이라 카드로 결제하면 지출로 기록되고 미결제액은 부채로 쌓이며, 결제일에는 카드납부 유형으로 입력하면 지출이 아니라 부채 상환으로 처리됩니다. 할부도 부채로 등록해 두고 회차별 상환을 입력하면 거래내역에 남습니다. 쓴 돈과 갚을 돈이 나뉘어 있으니 이번 달 소비와 다음 달 부담을 따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