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를 몇 번 시도하다 접은 분이라면, 대부분 지출을 적는 데서 시작했을 겁니다. 커피 4,500원, 점심 9,000원. 그런데 이걸 아무리 열심히 적어도 월말에 돈이 왜 없는지는 안 보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매달 빠져나가는 돈의 절반 이상은 내가 오늘 결정한 게 아니라 이미 정해져 있는 돈이기 때문입니다.
순서를 바꾸면 됩니다
지출을 적는 게 아니라, 월급에서 고정지출을 먼저 빼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월급 − 고정지출 = 이번 달 진짜 쓸 수 있는 돈
이 한 줄이 가계부의 전부입니다. 남은 돈이 얼마인지 알면 커피 한 잔에 죄책감 느낄 필요가 없고, 반대로 남은 돈이 30만 원인데 벌써 20만 원을 썼으면 그때 브레이크를 밟으면 됩니다.
고정지출 뽑는 법
기억으로 하면 반드시 빠뜨립니다. 카드사 앱과 은행 앱에서 최근 3개월 내역을 열고, 매달 비슷한 날짜에 비슷한 금액으로 나가는 것만 골라내세요. 보통 이런 것들입니다.
- 월세 또는 대출 상환금
- 관리비, 통신비, 보험료
- 구독 서비스 (OTT, 음악, 클라우드, 멤버십)
- 학원비, 어린이집비
- 자동이체 적금, 청약
3개월을 보는 이유는 두 달에 한 번, 분기에 한 번 나가는 것들이 한 달 내역에는 안 보이기 때문입니다.
함정: 1년에 한 번 나가는 돈
자동차 보험, 재산세, 자동차세, 명절 비용, 부모님 생신. 이런 건 고정지출 목록에서 항상 빠집니다. 매달 안 나가니까요. 그런데 이게 터지는 달에 가계부가 무너집니다.
해결은 하나입니다. 연간 금액을 12로 나눠서 매달 고정지출로 미리 빼두는 것입니다. 자동차 보험이 연 84만 원이면 매달 7만 원이 고정지출입니다. 실제로 그 돈을 따로 옮겨두면 더 좋습니다.
계산 예시
- 월 실수령 320만 원
- 고정지출 합계 190만 원 (연간 지출 월 환산분 포함)
- 남은 돈 130만 원 → 주당 약 30만 원
이제 이번 주에 30만 원 안에서 살면 됩니다. 커피값을 적을 필요도 없고, 통장을 열어보고 놀랄 일도 줄어듭니다.
한 가지 더
여기서 끝내면 지출은 잡히지만 자산은 안 잡힙니다. 적금이 얼마나 쌓였는지, 대출이 얼마나 줄었는지는 별개로 봐야 하는데, 이건 다음 글에서 다루겠습니다.
벅스플랜은 이 순서 그대로 만들어진 가계부입니다. 고정지출을 먼저 등록해두면 남은 돈이 자동으로 계산됩니다. 지출만 적는 가계부에 지친 분이라면 한번 써보셔도 좋겠습니다.